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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 참지식을 추구해 가길...
Kangman
2019. 12. 4. 20:34
나는 학회에서 첫 번째 발제토론을 잊을 수 없다. 발제자 본인이야 준비한 내용인 만큼, 질문에 대해 시원하게 답변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질문자들이 그 내용을 꿰뚫고 질문하고 답변하는 모습은 정말 놀라웠고, 그들을 향한 존경이 우러나왔다.
하지만 여러 학회와 다양한 발제를 경험하면서, 그 토론이 반쪽짜리임을 알 수 있었다. 학자들은 오랜 기간 특정분야에 대한 서적들과 논문들을 접해온 만큼, 그 동안 쌓인 지식이 있다. 그래서 그 지식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토론은 가능하기 때문에, 처음 접했을 때에 놀랐던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여러 차례 참관하며 이상함을 느꼈다면, 학자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알찬 토론이 되기 위해서는 대략적인 이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각종 정보와 이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럴 때에 자신의 기존 개념과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고, 더 순도 높은 지식을 얻게되는 알찬 토론이 될 것이다.
'우리가 자본주의사회에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언론이 자극적인 기사를 유포하고, 특정입장을 부각시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다. 이 사회가 어떤 바탕 위에 있는지 자각하며 언론의 정보를 접한다면, 최소한 저들의 얕은 수에 현혹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와 같은 방법으로 정치를 바라보면, 정치인들을 향해 비난하기 보다는 긍휼히 여길 수 있게 된다. 그와 같은 방법으로 사회현상을 바라본다면, 사회를 훨씬 선명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2017년에 14개국 약 1만 2,000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마지막 13번을 뺀 열두 문제 중 정답을 맞힌 문제는 평균 2개였다. 만점은 한 명도 없었고, 무려 15%가 빵점이었다. 혹시 교육받은 사람이라면, 또는 그런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좀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나도 처음에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전 세계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의대생, 교사, 대학 강사, 저명한 과학자, 투자은행 종사자, 다국적기업 경영인, 언론인, 활동가, 심지어 정치권의 고위 의사 결정자도 있었다. 다들 교육 수준이 높고 세상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도 ‘절대다수’가 오답을 내놓았다. 그중 일부는 일반 대중보다도 점수가 낮았는데, 특히 몹시 참담한 결과는 노벨상 수상자와 의료계 연구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요컨대 지식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모두가 세계를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었다. 이런 오해는 심각할 뿐 아니라 ‘체계적’이기까지 했다.
